어느덧 2022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회사에 다니다 보니 학생 때보다 유독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이 눈떠보니 30대, 40대가 훅훅 지나갔더라 하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게 새삼 느껴집니다. 코로나가 시작할 때쯤에 일을 시작했으니 따져보면 딱 3년이 되었습니다.

개발자 채용 공고를 보면 ‘3년 이상의 서버 개발 경력 혹은 그에 준하는 실력’ 이라는 자격 요건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대체 3년 차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 많은 회사에서 천편일률적으로 3년 경력을 부르짖을까 부러움과 야속함이 가득했었는데 이젠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기분이 뭔가 묘합니다. 내가 예전에 상상했던 3년 차 개발자의 모습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서 과연 내가 원하는 만큼 성장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참 쏠쏠한 재미일 것 같습니다.

한 달 전부터 새로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부분을 입맛에 맞게 바꾸었는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의외로 디자인적인 부분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었습니다. 테마를 적용해서 빈 공간을 채우는 중 개인 프로필에 ‘bio’를 작성하는 란이 있었고, 해당 부분에 왠지 나를 잘 나타내는 명언을 적는 게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염두에 둔 좌우명도 없는 터라 당장 구글링을 시작했지만 마땅한 문장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하던 와중 출근길 버스에서 브런치에 적힌 한 글을 보고는 순식간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타고난자, 노력하는자, 즐기는자 - 브런치>

흔히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겁니다. 얼핏 보면 재능보다는 노력을, 노력보다는 즐기는 과정을 더 높은 가치로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 브런치 글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하였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겪어온 경험이 다르고 그에 따라 가치관도 서로 다를 겁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해본 사람은 ‘노력’을,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노력이 좌절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재능’을,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며 승승장구하는 사람은 ‘즐기는 과정’을 가장 큰 가치로 둘 것입니다. 결국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도 사실 누군가에겐 넌센스일테고 그러니 우리가 누군가의 가치관을 맹목적으로 따라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태어날 때 받은 재능은 이미 정해졌다는 가정하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재능을 바꿀 수는 없으니 최대한 노력에 정진하고, 다만 자신의 재능적인 한계는 인정하면서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라는 뜻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절실함을 좀 더 담아서 나만의 좌우명을 완성했습니다.

무언가에 골똘히 집중하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을 느낄 수 있는데, 2022년이 빠르게 지나간 것도 내가 꽤 열심히 보낸 탓에 그렇게 느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2023년 역시 돌아보았을 때 후회 없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